일취월장 혹은 일치율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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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5일, 고영성과 신영준이 공저한 <일취월장>(2017년 12월, 로크미디어)에 심각한 표절 및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음을 장한별이 처음 제기했고, 이에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이 다음날 도서사기감시단을 결성했다.

이에 대해 신영준은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렇게 항변했다.

“일단은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릴게요. 표절은 0프로입니다. 표절이라는 건 정확하게, 악의적으로 어떤 거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남의 생각을 내 생각인마냥 밝히지 않고 쓰는 겁니다.”

“다른 사례를 넣고 패러프레이징을 했기 때문에 똑같은 문장이 단 한 문장도 없습니다. 그래서 표절은 0프로라는 걸 확인을 받았고요. 그 다음에 결국에는 나중에 문제가 되면 저작권 침해인데…”

“만약에 문제가 돼서 OOOO(모 출판사)가 소송을 걸면 이게 분쟁조정위원회라는 게 있어서, 그러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배상을 하면 끝이에요. 그러면 뭐 절판할 필요도 없고, 우리가 저작권료를 내고 그 부분을 쓰는 겁니다.”

“표절이 아니기 때문에. 표절인 경우에는 책을 회수하고 절판해야 됩니다. 그런데 표절은 0프로인 게 끝났고.”

그러나 곧 다양한 추가 의혹이 제기되자 신영준은 이 영상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이에 도서사기감시단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일취월장>의 텍스트 전체를 표절이 의심되는 원작들과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취월장>의 전체 576페이지 중 머리말, 제목, 참고문헌 목록을 제외한 본문은 총 276,731자(공백을 제외한 글자수 기준)이다. 이 중 각주 표시를 하고 다른 책을 ‘인용’한 부분은 158,781자로 전체의 57.4%를 차지했다. 단지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정당한 인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뒤에서 따져보겠다.

<일취월장> 본문의 17.5%는 아예 출처를 밝히지 않았거나 출처를 허위로 표시한 채 다른 책을 무단전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그마치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인용’과 ‘무단전재’를 합하면 약 75%가 되며, 저자들이 ‘창작’한 파트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일취월장> 전수조사 결과

예를 들면, <일취월장> 1장에 수록된 조지 킹슬러 지프의 일화는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2015년 1월, 사계절)과 거의 같다. 그러나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으며 <빅데이터 인문학: 진격의 서막>은 <일취월장>의 참고문헌 목록에 들어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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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예로 아래 파트는 두 저자들의 전작인 <완벽한 공부법>(2007년 1월, 로크미디어)과 거의 같다. 그런데 <완벽한 공부법>의 해당 본문도 실은 <오리지널스>(2016년 2월, 한국경제신문사)를 옮긴 것이다. 그러나 <일취월장>에는 둘 중 어느 것도 인용 표시가 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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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를 표시했다고 해서 정당한 인용으로 볼 수 있는 지도 의문이다. 우선, ‘패러프레이징’ 과정에서 원작의 뜻이 왜곡되기 일쑤였다.

원작-<자신있게 결정하라>
2207명의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조직 내에서 내려진 결정들을 평가해달라고 하자 그중 60퍼센트가 좋은 결정과 나쁜 결정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고 답했다.

<일취월장>
경영인 2,207명에게 조직에서 내려진 의사결정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하자 50퍼센트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고백했다.

원작-<타임 푸어>
두 번째 그룹은 주당 40시간 일하고, 휴가를 남김없이 쓰고, 휴무 시간과 퇴근 뒤 시간의 전화 통화는 돌아가면서 담당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취월장>
두 번째 그룹은 휴가를 남김없이 쓰고 휴가 및 퇴근 시간에는 회사와 완전히 연락이 단절된 상태에서 주당 40시간을 일했다.

원작-<복잡계 개론>
1918~1919년 세계를 떨게 했던 스페인 독감은 미국의 한 신병훈련소에서 처음 발생했다. 이후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을 따라 유럽 곳곳에 퍼져 나가기 시작하여 18개월 만에 세계 인구의 20% 정도가 감염되고 2.5~5%가 사망했다.

<일취월장>
세계인구의 20퍼센트를 죽였던 스페인 독감은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났던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한 신병훈련소를 시작으로 18개월 만에 급속도로 세계를 강타했다.

원작을 고의적으로 왜곡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도 있었다. 원작인 <유리감옥>에서 케인스가 ‘기술 발달에 따른 실업’이 ‘일시적인 증세’에 불과하다고 말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나, <일취월장>에서는 케인스가 마치 ‘장기적 실업’을 잘못 예측한 것으로 왜곡하고 있다.

원작-<유리감옥>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 년에 “우리는 아직까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일부 독자들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실컷 듣게 될 ‘기술 발달에 따른 실업’이라는 신종 질병에 감염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수 있는 기계의 능력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새롭고 가치 있는 일자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초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인스는 독자들에게 이 문제가 “일시적인 부적응 단계”에서 나타나는 증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취월장>
물론 이런 현상은 이미 20 세기 초부터 이야기되어 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아직까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일부 독자들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실컷 듣게 될 ‘기술 발달에 따른 실업’라는 신종 질병에 감염되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역사상 최고의 경제학자의 예측대로 되지 않았다. 기술로 인한 일시적인 실업은 있었지만,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기술 발달에 따른 장기적 실업은 없었으니 말이다.

특히, 다음의 사례는 매우 이상한 인용 방식을 보여준다. 원작인 <오리지널스>에서 독창성이 나이가 들면서 반드시 쇠퇴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일찍 전성기를 맞은 케이스와 대기만성형인 케이스를 나란히 비교하고 있는 것을, <일취월장>에서는 일찍 전성기를 맞은 케이스만 굳이 먼저 떼내 인용한다. 그리고는 "나는 아인슈타인의 생각과 다르다"며 이미 원작에 나와 있는 얘기를 작가(고영성)의 독창적인 생각인 것처럼 늘어놓은 후, 그제서야 나머지 대기만성형 케이스를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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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법」 제13조는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에 관한 조항이다. 제1항은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본래의 모습대로 활용되도록 할 권리로서, 저작물의 변경이나 삭제는 반드시 저작자 본인이 하거나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런데 원문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의도적으로 해체하는 <일취월장>의 ‘인용’ 방식을 단지 출처를 밝혔다고 해서 정당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도서사기감시단에서는 이미 2019년 7월에 ‘<일취월장> 베끼기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워낙 <일취월장>의 무단전재와 인용 비율이 높다보니, 보고서에 표절 및 저작권 침해 사례를 모두 담으려면 <일취월장>의 거의 전부가 포함되므로, 저작권(?) 문제로 보고서 전문을 공개하지 못하고 일부만 발표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다른 책을 무단전재한 다수의 사례

  • 책 전체 분량의 75%에 이를 정도로 과도한 인용과 무단전재 분량

  • 원작을 왜곡하는 인용 방식

때문에 고영성, 신영준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신영준은 표절 문제의 엄중함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 평소 남을 비판한 것과 동일한 잣대를 본인에게도 적용하기 바란다.

아래 링크된 영상에서 <일취월장>과 <완벽한 공부법>의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문제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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